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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인에게 보내는 편지 2

작성자
배주완
작성일
2016-10-12 21:53
조회
349
어느 기업인에게 보내는 편지 2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불확실성의 미래를 견지했던 눈빛이었죠.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는…. 엄밀히 보면 기업의 명운이 걸린 게임이지 않겠습니까? 나의 질문에 그대는 그윽한 눈빛 하나만을 한동안 던질 뿐이었습니다. 처음엔 읽어내지 못했죠. 기업인은 눈빛 하나로도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즘의 내 생각입니다. 수많은 스토리가 그 눈빛에 담겨 있음을 이제야 읽습니다.

‘태양광 풍력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Stand Alone Wind Solar Power System). 그대가 제품수출을 위해 해외에서 벌이는 프로젝트죠. 캄보디아 에너지 자원부 차관 일행이 광주를 방문해 업무협약까지 맺었습니다. 타당성조사와 테스트베드 조성, 20개의 파일럿시스템 설치작업이 곧 시작됩니다. 순조롭다면 전력공급이 되지 않는 50만 가구에 연차적으로 300W 급의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광주 기업이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로 이뤄낸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나는 ‘기업가 정신(企業家精神)’을 떠 올립니다. 사전에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정신’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1972년의 ‘정주영 신화’를 떠 올릴 수 있죠. 그분은 실존하지 않는 조선소 설계도만 들고 두 척의 유조선을 수주했습니다. 지폐에 있는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발주회사인 그리스 리바노스사 회장을 설득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늘날 조선업이 어려워진 것은 그 시절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탓이라고 봅니다. 창업당시의 고뇌가 안일함으로 대체될 때 부패는 싹틉니다. 무너지는 기업들의 수순이 그렇습니다. 기업가 정신은 어느 때고 견지해야 할 가치입니다. 나는 여기에 지난한 ‘고뇌’를 추가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고통 없이 기업가 정신이 정의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름 한철의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매미는 7년간 땅속에서 애벌레로 존재합니다.

그대를 통해 느낀 기업가 정신 몇가지를 정리해 보면 첫째가 열정입니다. 지난 7월 기업지원의 일환으로 그대들과 함께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낯선 이국땅의 스콜이 창문을 흔들어대던 날, 새벽까지 브리핑을 준비하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왕실 왕자님 접견과 에너지 차관 브리핑 등이 취소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죠. 다행히 일정대로 진행돼 지금에 이르렀는데, 그 때 느꼈습니다. 열정은 바위조차 부숩니다. 좋은 결과물을 도출하죠. 수학공식처럼 존재합니다.

둘째, 차가운 머리입니다. 대기업들이 노리지 못한 1가구 1전력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전략은 반드시 현장 소스들로 꾸며집니다. 주민들이 오토바이로 먼 길을 달려가 1달러를 주고 자동차용 낡은 밧데리를 충전해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죠. 우기 땐 바람을 이용하겠다는 것도 맞춤형 전략입니다. 저개발국 에너지 지원자금을 통해 주민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것에는 진정성도 엿보입니다. 열정은 따뜻한 ‘가슴’으로 대체되겠죠. 대신에 ‘머리’는 냉정하고 치밀해야 합니다. 정주영씨는 ‘거북선’ 지폐로 두 가지를 노렸습니다. 재미있고 치밀해서 유쾌함을 자극합니다. 그대도 항상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뭔가를 지니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셋째로 연결고리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어떻게 그 나라 장관까지 접촉하게 됐는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전 세계 누구라도 6단계만 연결고리를 만들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하버드대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이론이 생각납니다. 그는 임의로 추출한 160명을 대상으로 먼 도시의 특정인에게 편지를 전달토록 부탁했는데 평균 5.5명을 거쳐 편지가 도달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기업인이 바이어 등을 찾는데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수출지원기관도 그 중 하납니다. 들여다보면 보일 것입니다. 정주영도 그리스 선박회장을 만나기까지는 몇 단계를 거쳤죠. 만나야겠다고 희망하는 순간 원하는 것의 절반은 이미 이뤄졌다고 봅니다. 그대의 경우 캄보디아 왕실의 한국인 한분이 연결고리가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연결고리 역시 열정과 전략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이제 정말 힘든 고비가 찾아 올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캄보디아 정부가 20기의 파일럿 시스템을 100기로 늘여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쉬 잠이 올 리 없을 것입니다. 불확실의 꼬리표도 여전히 따라 다닐 것입니다. 이것을 오히려 추동의 힘으로 삼고 광주 기업답게 진인사대천명으로 나가길 바랍니다. 다시 뵈올 때까지 건강하시기 바라며 총총.